<하비비>는 가상의 이슬람 문화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주인공 도돌라(Dodola)와 잠(Zam)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도돌라는 어린 나이에 필경사와 결혼하였으나 곧 얼마되지 않아 남편이 살해되면서 노예로 팔려갑니다. 잠은 노예로 태어난 아이로, 도돌라와 함께 탈출하여 광대한 사막에서 숨어 삽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고, 극도의 어려움 속에서도 두 주인공은 생존 의지와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서로에게 보호와 안식을 제공합니다.
D: 혹시 거기서 느껴지는 게 있어? Z: 욕망 D: 나를 향한? 모든 것을 향한 Z: 함께 있고 싶어. D: 나역시 마찬가지야. Z: 하지만 도돌라는 아기를 원하지? D: 아니, 네 말이 맞아. 내게 필요한 아이는 내 바깥에 있는게 아니야. Z: 도돌라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D: 이미 하고 있어. Z: 내 말은 쾌락을 주고 싶다는 거야? D: 잠, 섹스의 핵심은 그게 아니야. 오히려 숨이지. 섹스를 할 때면, 내 영혼은 육체와 분리되어 버려. 수증기가 되어 등잔 위를 맴돌지. 시간이 흐르면, 내 하늘에는 용을 쓰는 땀범벅의 얼굴들로 가득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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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잠이 나를 안고 있으면, 그 어두운 구름들은 흩어져 버려. 나는 내 수증기를 붙잡지. 그걸 다시 내 몸 안으로 끌어넣는 거야. 남자의 영감은 시각적이라 말하지. 여자의 경우엔 이야기야. 하지만 이야기와 시각적인 것 모두를 버려 봐. 눈을 감고, 숨을 세어 봐. 육중한 무게가 사라지고, 먼지가 쓸고 지나가. 형체가 하나의 대기로 해체되지. 흉곽이 벌어지고, 폐가 가득 차고, 가슴이 부풀지. 파도가 솟아오르며 몸을 휩쓸고 지나 가면서 리드미컬하게 흔들지. 두 발은 땅을 딛고, 등은 활처럼 구부러지고, 골반은 앞으로 내밀어지지. 산소가 촉발시킨 불길이 배 곳곳에 퍼져 들면서 따뜻한 불빛 속에서 모이지. 한 손을 뻗어서 감각을 만나봐. 잉크병의 글자가 나와서 흩뿌려지지. 눈을 뜨고, 초점을 가다듬고 외쳐 봐. |
D: 우리는 헤어지는 일은 없어. 마방진에서는 글자가 숫자의 순서대로 배열되지 않는다. 각각의 사각형은 점을 하나씩 품고 있는데, 그 점들을 낮은 숫자에서 높은 숫자로 연결하면 완벽한 회전 대칭이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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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이름 입수 이름 나이 노동 노동 가운데 피난처 수면 가운데 입수 수면 사랑 나이 피난처 하나 사랑 하비비는 마치 강물처럼 이어진다. 하는 파도이다. 숨을 내쉬는 물이다. 소유격의 나의는 얕은 곳으로 잠긴다. 숨을 들이쉬는 것이다. 자아는 소유권을 주장함으로써 사랑을 끌어당긴다. 물이 부딪쳐 깨어지는 물가가 바로 그곳이다. |
'하비비'는 아랍어로 '내 사랑'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랑이 강물처럼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뱐화합니다. 때로는 격렬한 파도와 같고, 때로는 잔잔하게 숨을 쉬는 물과 같습니다. 진정한 사랑에서는 자아의 경계가 흐려지고, 소유의 개념이 희미해집니다. 사랑은 서로 깊은 연결과 통합을 이루는 과정입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 소유욕을 드러내지만, 진정한 사랑은 소유 그 너머에 있습니다. 사랑은 물과 물가가 만나듯,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교류하고 때로는 충돌하며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크레이크 톰슨의 그래픽 노블 <하비비>는 이슬람 문화권을 배경으로 한 가상의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종교와 문화, 사랑, 생존, 그리고 인간성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합니다. 이 작품은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의 요소를 결합해, 쿠란과 성경의 이야기를 빌어 인간의 존재와 신에 대해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의 존재와 진정한 사랑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마주하며, 마치 굵은 송곳으로 심장을 깊숙히 찔린 듯한 충격을 받고 많은 눈물을 흘렸던 저에게 이책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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