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1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은봉, 창비시선 0078 (1989년 9월) 한강 한강은 흐른다 마구 튀어오르는온갖 잡동사니, 썩어 문드러진 서울의불빛을 감싸며 한강은죽음의 찌꺼기를 궁정동의 총성을실어 나른다 토막난 나라그 남쪽의 노동과 밥과 꿈오월의 한숨과 피울음을개거품처럼 주억거리며 한강은흐른다 차마 그냥 말 수는 없다는 듯이몸뚱이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밀려가는 버스와 트럭과 택시와그렇게 질주하는 눈물을 껴안으며살해당한 대통령과 그의 처첩들오오, 환상의 미래와 지난 시대를실어 나른다 무수한 굴욕과 저항의 나날을묻어버린다 그래도 그냥 말 수는 없지 않겠냐며천천히 더러는 빨리숱한 희망과 변절의 역사를집어삼킨다 그러나 한강은 끝내남아서 지킨다 우리의 죽음 뒤우리의 자식이 남아서 우리를 지키듯이이 땅의 핍박과 치욕의 응어리를급기야 해방의 함성을, 그 아픔을기쁨을 지킨다 혼자서 더러는 .. 2024. 10. 5.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