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재1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도종환, 창비시선 0501 (2024년 5월)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깊고 고요한 밤입니다고요함이 풀벌레 울음소리를물결무늬 한가운데로 빨아들이는 밤입니다적묵의 벌판을 만나게 하여주소서안으로 흘러 들어와 고인어둠을 성찰하게 하여주소서내가 그러하듯 온전하지 못한 이들이 모여세상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어제도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하였습니다그러니 도덕이 단두대가 되지 않게 하소서비수를 몸 곳곳에 품고 다니는 그림자들과적개심으로 무장한 유령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관용은 조롱당하고계율은 모두를 최고 형량으로 단죄해야 한다 외치고 있습니다시대는 점점 사나워져갑니다사람들이 저마다 내면의 사나운 짐승을 꺼내어거리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면죄는 없습니다지금은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사방이 바닷속 같은 어둠입니다우리 안의 깊은 곳도환한 시간이 불빛처럼 .. 2024. 9. 8.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