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제주)/제주마을투어

제주 종달리 마을 투어: 승희상회

Sisnaajinii(씨스나지니) 2024. 5. 1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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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종달리를 가는 방법은 쉽답니다. 제주공항이나 제주버스터미널에서 111번, 112번 급행을 타고 고성환승장에서 내리거나, 101번 급행으로  세화환승장에서 201번 버스를 갈아 탄 뒤에 종달초등학교에서 내립니다. 거기서부터 올레 1길 따라가면 종달리의 평화로운 골목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제가 종달리를 처음 찾았던 건 2017년이나 2018년 즈으미었는데, 그날은 고사리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비를 맞으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가 비를 피해 '바다는 안 보여요'라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평화로운 아침을 즐겼답니다.

  '바다는 안 보여요' 옆집에서는 동네 할망들이 옹기종기 삼삼오오 둘러 앉아 화투를 치고 계셨답니다. 승희상회에서 간식을 가져다 먹으며 화투를 계속 즐기시더군요. 할망들이 화투 치는 그 모습을 보니 어릴 적 삼천포 할머니와 포항 할머니 어깨 너머로 화투를 배웠던 때가 스쳐지나갔습니다. 포항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셨을 때 마산 외삼촌 집에서 지내셨는데, 그 때 친척들이 많이 모였을 때 할머니가 저를 가리키며 '호야가 머리가 좋다.'며 칭찬하셨죠.  친척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데 할머니가 '야가 네 어깨 너머로 화투를 배워가지고는 그 어린게 어찌나 화투를 잘 치던지.' 라고 말을 이으셨습니다. 그 순간 일가 친척들이 눈믈을 찔금 흘리며 배꼽을 잡고 웃는게 아니겠어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굵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승희상회 문을 열고 들어가 비를 피했습니다. 방에 누워 계시던 할망이 부시시 일어나 나오셨습니다. "우산 있나요?" , "얼마죠?", 우산보다 우비가 낫겠지요?', "우비 있을까요?" 라고 할망에게 여쭈었습니다.

  "어머님, 저 앞 집이 기념품 가게로 바뀌었네요?"

  할망이 "어, 그전에도 왔었어?"하고 물으셨습니다.

  "몇 번 지나갔었죠. 그 때마다 저 기념품 가게에서 어르신들이 화투를 치고 계셨는데."라고  제가 말했습니다.

  할망이 수줍게 웃으시며, "그걸 봤어? 동네 할망들 화투 치는 놀이터였지. 그 집 할망이 돌아가시고 나서 아들이 가게를 열었어.  동네 할망들 놀이 장소가 없어졌지 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라며 저도 화투를 잘 친다고, 외할머니가 제 머리 좋다고 말씀하셔서 얼마나 민망했었는지 이야기 드렸답니다.

  할망이 "그래, 저 집 어르신 살아 계시면 데리고 가서 화투를 같이 치는건데, 아쉽네."라고 말씀하시는 사이 옆집 어르신이 손질한 고등어를 비닐에 담아 전해주고 가셨습니다. 가게를 나와 우이를 입었습니다. 그 때 한 여성분이 "저희 어머님 못 보셨냐고" 물으셨고, 고등어를 전해준 어르신은 어딘가에 들렸다가 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우비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습니다. 할망하고 사진이라도 찍을 걸 그랬나 잠시 망설이다가 가던 길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어머니는 젊어서 물질도 해보려고 했었지만 점방 일이 제일 적성에 맞았다고 합니다. 어머님, 건강히 지내셔요. 다음에 오면 저랑 멋진 커플 사진 찍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도자기 체험 가게는 왜 나무를 저렇게 흉물스럽게 잘라버렸는지, 도자기 작품들도 판매를 하지 않고 말이예요.

<iiin 41호 Jeju Super>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