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우리 인류의 불행의 근원은, 끊임없이 다양화하는 자연 속에 살면서 끊임없이 다양성을 말살하다가 자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에 있는 생물다양성을 말살하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문화 다양성을 말살하고 삽니다.....우리는 다양한 우리 아이들을, 그 개성 넘치는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서 꼭 일렬로 줄 세우고 한 가지 시험을 보게 한 다음 일렬로 성적을 매기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말살해버립니다. 저는 그래서 어쩌면 생물다양성의 문제로 국한할 게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 전반이 위기에 놓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최재천 선생님은 자연과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성의 파괴가 인류가 불행한 일을 겪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의 생물다양성 소멸뿐만 아니라, 사회와 교육 시스틈에서 문화와 개성의 다양성이 억압되므로 창의성이 소멸된다고 지적합니다. 선생님은 행동 백신과 생태 백신 두 가지 백신을 제안합니다. 생태 백신, 자연계에서 나쁜 바이러스가 인간계로 건너오지 못하도록 자연을 잘 보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생물다양성 쪽의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서 잘 압니다. 우리는 공부를 많이 합니다.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큰 원인 중에 하나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연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이, 기후변화 쪽 분들은 생물다양성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시더라고요. 별로 생각을 안 하세요. 그냥 기후가 변하고 있다, 기후 위기다, 기후, 기후, 기후, 이러고 있는데, 기후변화만 중요한 게 아니라 저는 생물다양성의 문제가 우리가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재천 선생님은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문제만큼이나 생물다양성 손실도 중대한 문제로 주목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생물다양성의 보전이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합니다. 선생님은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재정립해서 원천적으로 팬데믹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 이순간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전환은 기술 전환도 아니고, 정보의 전환도 아니고 오직 생태적 전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바이러스에게는 지금이 블루오션이에요. 그들은 그들의 존재 역사에 이런 초호황을 누려본적이 없습니다. 지금 장사가 너무 잘돼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겁니다. 감염시킬 존재들이 주변에 너무 많거든요.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감염시키기 너무 좋아요.....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는 한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무슨 이런 과학이 있어요? 제가 평생 과학자로 살았는ㄷ, 이건 과학도 아닙니다. 저는 시베리아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께서 우리나라까지 못 오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누가 옮겼을까요? 지동차가 옮겼고 사람이 옮겼습니다. 철새가 옮긴 게 아니잖아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라는 바이러스 질병입니다. 북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질병인데, 도대체 우리나라 멧돼지들께서 어떻게 감염이 되셔서 우리 돼지들한테 옮겨줬다는 겁니가? 누가 옮겼어요? 누가 옮겨 다녔어요? 비행기가 옮겨 다녔고 자동차가 옮겨 다녔고 사람이 옮겨 다녔고 사료가 옮겨 다녔습니다. 멧돼지가 옮겨 다니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축을 기르는 방식이 문제잖아요. 좋은 형질만 남겨서 그것들끼리만 짝짓기 시켜왔습니다. 유전자 다양성이 싹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평소에 이들에게 절대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닥다닥 붙여서 공장식으로 사육합니다. 사회적 거리가 형성되지 않으니 한 놈만 걸려도 옆에 있는 놈이 그냥 걸리는 겁니다. 이게 문제인 거지, 야생동물이 문제가 아닙니다. 야생동물들은 좀처럼 대규모로 몰살 당하지 않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몇몇이 죽는 거고, 그 빈 공간을 강한 자의 후손이 또 메우고 삽니다. 여러분 혹시 신문기사 제목으로 '독감으로 일가족 몰살'이란 제목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왜 우리가 기르는 가축들은 똑같이 만들어놓고 다닥다닥 붙여 키우면서, 무슨 일 생기면 멀쩡한 애들까지 한꺼번에 몽땅 죽여버려야 하는 겁니까?"